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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즐거운 이야기(讀)

[펌글] 교수님과 있었던 일화. (독일과 나치, 그리고 한국)



생각해 볼만한 글을 하나 발견해서 저장할 겸 퍼왔습니다. 

출처 : 오늘의 유머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960641&s_no=960641&page=1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 한 분과 있었던 일화다.

오늘도 모 교수님의 부름을 받고 컴퓨터의 이모저모를 알려드리고 있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문제였는데, 문제를 해결하고 익스플로러를 켰다. 첫 화면인 인터넷 신문사페이지를 보고 내가 뭐라 중얼거렸나보다. 필요한 내용을 다 말하고 이제 내려가려고 하는데, 교수님께서

"자, 그럼 이제 역사이야기를 잠깐 하자. 저기 앉아라."

라고 하신다. 러시아, 유고슬라비아에 이어서 오늘은 또 어디로 가시려나... 하며 책상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OOO씨는, 신성로마제국이라고 아나?"

그렇구나, 오늘의 목적지는 독일이구나.

"옛날 19세기 후반에 독일은 독일 연방이라는 형태로 존재했었다. 더 옛날 신성 로마제국이었던 국가들이 모인 것이지.
독일 연방의 맹주가 어디냐 하면 저기 북동쪽에 있는 프러시아라는 곳이다.
프러시아가 옆에 있는 오스트리아와 싸우고, 프랑스와 보불전쟁으로 싸우고 해서 독일 연방을 만들었지.

이후에 사라예보사건이 일어나고 독일이 전쟁을 일으킨게 바로 1차 세계대전이다.
그런데 독일은 패전국이 되고 독일 연방에 있던 나라들은 민족자결주의라는 명목 하에 다 보내줬단 말이다.

패전하고나서 독일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타올랐는지 1920년 경에 바이마르 공화국을 세웠다.
바이마르가 괴테의 고향이지 아마?

이 바이마르 공화국은 독일 역사상 최초의 공화국이며 이보다 더 유명한것은 바이마르 헌법이다.
이 바이마르 헌법이라는 것은 요즘 헌법학자들이 봐도 아주 잘 만들었다고 감탄한단 말이지.
그래서 20세기의 헌법들이 이 바이마르 헌법을 기초로 한 것이 많잖냐.

그런데, 독일사람들은 말야, 바이마르 공화국 이전엔 민주국가가 아니었단 말이야. 민주국가가되니 정당들이 많이 들어서고....
독일에 정당이 얼마나 많은지 OOO씨는 알어?
양당제를 채택한 곳은 미국 정도밖에 없어.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지 않어.
다수당이라고 해봤자 지지율이 20%가 될까 말까한단 말이야. 그러니 얼마나 복잡하고 머리아프겠냐 국민들이.

뭐 하나 결정하려고 하면 여기서 이러지 저기서 뭐라고 하지... 아휴. 그렇게 골치아파했어.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내비둬~ 지들 알아서 하라그래' 라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한거지.

그런데 그때 나치당이 딱~ 나타난거 아니겠냐. 나치당이 나타나서 여기서 이런 말, 저기선 이런 말 해서 사람들을 현혹시켰지.
말이 앞뒤가 맞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좋아라 했어. 나서서 딱~ 해결해주고 말야 얼마나 속시원하냐.
그래서 결국 나치당이 다수당이 된거야, 투표로!! 투표로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거지.

그렇게 나치가 독일을 먹고 나서 이제 본색을 슬슬 드러내기 시작한거지.
하지만 사람들이 알아채기 시작할 땐 이미 늦었어. 어쩌겠냐? 민주적으로 결정난건데.
그리곤 2차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은 아픔을 많이 겪었잖냐.

OOO씨,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거 같냐?"

"역사에서 배울점이 있어서 말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과..."

"그래, 잘 못 한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니들 마음데로 해라~' 라고 하면 더 무서운 놈이 나타나. 젊은이들이 살기 더 힘들어질 수 있단 말이야! 나몰라라 하면 안돼."

"네, 저도 요즘 이러저러한 활동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너무 거기 빠져서 공부를 소홀히 하면 안되는거야. 하지만 자네도 관심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네. 못 믿을 놈들이니까 지켜보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할지 몰라. 됐다! 내가 자네시간 많이 뺐었다. 내려가봐."

나이가 굉장히 많은 어르신인데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교수님께 역사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항상 '아 이런 이야기도 있구나' 했었다. 그런데 이 날은 '이런 연유로 그랬었구나...' 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섬뜩해졌다.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에. 개연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잠시후 친구들과 이야길 하는데 '아휴... 요즘 속 시끄러워서 신경 끄려고. 내 일만 잘 하면 되지.' 라는 친구가 있었다. 당시엔 자세히 이야기하진 못했지만, 이런 이야길 하고싶었단다 친구야.
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낸다면 의사결정권자들이 그 사람들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힘이 생기고, 개인의 생활을 결정하는 것들이 그들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겠지. 그러면 일단 된거야. 우리 눈치를 봐야지.



(사실 이 게시판이 맞나 고민했습니다만, 내용을 봐선 여기가 맞는 것 같아 여기 올립니다. 더 적당한 곳이 있으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