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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즐거운 이야기(讀)

한국교민이 화교에게 밀리는 이유



 대학교 졸업반이었던 시절 북미를 여행한 적이 있다.

 거의 대부분 미국, 캐나다 등지에 자리를 잡고 있던 친인척들이나 친구를 방문하는 식의 여행이었는데,

 그 때 중국인들에 대해 생각을 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동안 내가 살아오던 한국에서는 한국인들 밖에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외국에 나가보니, 특히 인종의 용광로라는, 그리고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미국에 가 보니 인종들 간의 차이점이랄까.

 그런 점들에 대해 고민을 해 볼 기회가 생겼다는 말이다.

 자연스레 들 수 밖에 없는 이런 생각은 비단 나만 한 것은 아니었나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된 많은 한국인들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런 생각과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표현하게 된 것이리라. 

 그 중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장사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였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반드시 있다는 화교들의 차이나타운과

 근면 성실, 머리 좋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유대인과 일본인들을 게으르게 보이게 만들어버리는 한국인들의 코리아타운의 대결구도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거리 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를 들어보면 이 스토리는 반드시 한국인들에게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화교들은 특유의 응집력으로 상권을 장악해나가지만, 한국인들은 서로 싸우다가 모두 망하고 만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어느 동네에 한국인이 점포를 내면 그 동네 모든 상가들이 긴장을 한단다.

 한국인들은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문을 닫으며 주변의 다른 점포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장사가 되고 돈을 번다는 소문이 들리면 어느샌가 주위에 다른 한국인의 점포가 문을 여는데 그러면 다른 상가들은 모두 안심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두 가게가 서로 경쟁을 하고 싸우느라 곧 둘 다 망해버리기 때문이라는 거다.

 다분히 한국인들을 향한 조롱과 멸시가 깔려있는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럼 이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인 중국인들은 어떨까?

 중국인들은 화교커뮤니티를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비지니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먼저 화교커뮤니티에서 자본을 모아 가장 유망하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밀어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낸 점포가 성공을 하게 되면 이 사람을 포함한 커뮤니티는 또 다시 자본을 모아 다른 사람을 선정해 점포를 시작하게 한다고.. 그리고 화교가 낸 점포에서 필요한 물품은 반드시 같은 화교에게서만 구입하여 한 번 화교에게로 들어간 돈은 다시는 외부 경제 생태계로 나오는 법이 없게 된단다..   

 자세히 곱씹어보면 볼수록 무서운 일이다. 점점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알면서도 같은 말을 들으며 바뀌는 것이 없다. 


 최근 인터넷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에 관한 글을 보았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 문종구씨가 쓰신 칼럼이다. 

 한 번 잘 읽어보아야 할 것 같아 아래 전문을 게재하고 출처를 밝힌다. 

  



http://kor.theasian.asia/archives/91303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지 지배층들이 주도했던 필리핀 경제를, 중국계 필리핀 사람들(화교들)이 대단한 결속력으로 50여년의 짧은 기간 안에 거의 장악한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화교 사업가들과 한국 교민들과의 사업 형태에 대해 비교하여 장단점을 분석하는 말들도 가끔 들어 보았는데, 필자가 느끼고 경험한 차이점들은 이렇다.

중국 식당이 있고 한국 식당이 있다 하자. 두 식당의 사장 아래에 각각 젊고 유능한 직원이 있다. 식당이 성공하여 손님들이 폭주하자 두 사장 모두 인근에 새로운 식당을 하나 더 차리기로 한다. 차이는 이제부터다. 화교 사장은 평소에 믿고 있던 젊고 유능한 직원에게 제안하여 동업자로서 새로운 식당을 차려 운영하게 한다. 한국인 사장은 자신이 직접 투자하여 식당을 오픈한 후 유능하고 젊은 직원을 파견하여 관리한다. 세월이 지난 후, 화교 식당 두 곳은 한곳의 예약이 넘치면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식으로 서로 협조하며 두 곳 다 번창한다. 반면에 한국 식당은, 젊고 유능한 직원이 사직하고 바로 곁에 새로운 식당을 개업하여 피 터지는 경쟁을 하고 손님들에게 서로 험담을 한 탓에 세 곳의 식당 모두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그 차이는 언제나 먼저 자리 잡은 사람들의 인식과 자세에 기인한다.

화교 사장은 유능한 직원을 평생 부하로 부려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미래의 경쟁자로 생각한다. 그리고는 경쟁자로 독립하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서 동업자로 서로를 묶어 버린다. 동업자이므로 그 사업이 성공하도록 서로 힘을 합치지 않을 수 없다. 세월이 흘러 사장이 은퇴하면, 예전의 젊고 유능했던 동업자가 새로운 사장이 되어 열심히 일해 벌어들인 소득을, 일하지 않고도 죽을 때까지 지분만큼 배분 받으며 여유롭게 산다.

한국 사장은 유능한 직원이든 무능한 직원이든 평생 부하(어느 재벌 표현으로는 ‘머슴’)로 부려먹을 생각만 한다. 직원이 유능할수록 독립의 열망은 크기 마련이고, 먼저 자리 잡은 측에서 합리적인 제안을 해오지 않으면 기회를 만들어 스스로 독립해 버린다. 당연히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독립할 것이고 먼저 자리 잡은 측은 ‘배신’당했다고 욕하며 경쟁자가 된 예전의 직원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독립하자마자 험담과 방해를 받게 되는 새로운 사업체의 사장도 반격에 나서서 싸움은 아수라장이 되고, 한국인 특유의 양비론에 휩싸여 양측의 사업체에서 손님들이 떠나가 둘 다 망하게 된다.

화교 사업가들은 좋은 인연(젊고 유능한 인재)을 찾아서 고리로 엮어 나간다. 고리가 엮이니 크거나 작은 교집합이 생긴다. 아홉 명의 인재들을 찾아 아홉 개의 동업 회사를 만들어 놓으면 처음의 사업가와 함께 열개의 고리가 엮인 것이다. 하나의 고리(A1)가 상처를 입게 되면 서로 엮여있는 고리가 만든 교집합의 존재로 인해 그 피해의 일부가 다른 고리들에 전이되므로, 다른 아홉 개의 고리(A2~A10)들이 A1의 상처를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보호하려 든다. 그렇게 수십 개, 수백 개씩의 고리(인재)가 엮여있다면 어떠하겠는가! 현재 필리핀에는 한국 교민 사업체들이 2만~3만개 되는데 비해, 화교사업체들은 수십만개가 넘는다. 유명한 화교재벌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필리핀 전국의 동네마다 자리 잡고 있는 건축 자재 상가들과 중, 대형마트들은 거의 모두 화교들이 독점하고 있다. 수많은 화교 고리(인재, 사업가)들이 서로 동업이나 이해관계로 엮여 있다면 그 힘을 과연 어느 누가 무시할 수 있겠는가?

한국 사업가들은 자신만이 최고라고 여기며 교육 받아 왔다. 우리 애는 누가 뭐래도 최고로 키우겠다며 선행 학습, 과외 등 별짓을 다해서 키워 놓고 있기 때문에, 주위의 유능한 인재들을 협력자나 동업자로 인식할 줄 모르고 평생 경쟁자로만 인식한다. 사업을 하더라도 100% 혼자 지분을 갖고 경영하길 선호하며 한국인끼리의 동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여럿이서 동업하여 큰 이득을 창출해 냈을 때의 기쁨에 앞서 동업자들끼리 다투게 될 것을 더 걱정한다.

동업자들끼리는 사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계약서를 꼼꼼하고 자세히 작성하여야 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고 상식이며 모든 인간의 본능이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마음이 변하여 딴 짓을 하는 파트너에 대해서는 큰 손해가 뒤따르도록 하는 조건을 계약서에 넣어두어 동업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꾸준히 유지하도록 장치를 마련해 둔다면, 파트너들끼리 서로 변하려는 마음을 고쳐먹고, 지나친 욕심을 스스로 경계하고 절제할 것이다.

독자적인 고리(인재) 하나하나로 존재하는 한국인들은 여러 개의 고리(인재)로 엮여있는 화교들의 경쟁상대가 절대 못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고리가 서 말이라도 엮어야 보배’라고 부르고 싶다. 고리(인재)들이 엮여있는 상태가 만들어내는 교집합의 긍정적이고 무서운 힘을 인식하여 한국 교민들도 업종별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교집합을 만들면서 얼마나 좋을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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