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즘 핫한 영화 비긴어게인을 보고난 후기를 적어봅니다. 비긴어게인은 돈이 많이 들어간 상업영화는 아닙니다. 마치 감독인 존 카니의 전작인 '원스'를 보는 것 같은 카메라워크를 따라갑니다. 사실 배우들에게 지급된 개런티를 제외하면 크게 돈이 들어갔다는 느낌이 드는 영상이 전혀 없지요. 매우 평범합니다. (맨 처음 댄이 편곡된 그레타의 노래를 보는 부분에서만 CG가 사용되었구요. 나머지 부분에서는 있는 그대로 사실적인 영상을 보여줍니다. 영화평론계에서는 독립영화-다양성영화로 분류되며, 저예산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유치에 성공한 영화로 조명하고 있구요.)
남주인 댄은 한 때 잘나가던 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도 쫓겨날 처지에 놓인 돌싱남입니다. 댄은 절망에 빠져 우연히 들렀던 펍에서 노래를 부르던 싱어송라이터 여주 그레타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레타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를 단순한 통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편곡을 하는 환상을 보게 됩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듯한 느낌을 받은 댄은 그레타에게 자신과 함께 앨범을 낼 것을 제안하게 되고요.. 한편 그레타는 한 순간에 스타가 된 남친에게 실연당한 직후에 나름대로 절망에 빠진 상태에서 댄을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아픔을, 앨범을 만드는 공동 작업을 하는 동안 서로 보듬어 치유해주게 되구요.. 그러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호감을 키워가게 됩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로 유명한 원스의 감독인 존 카니의 작품인 만큼 영화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음악을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특히 주인공들이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부분은 단연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여주인공 그레타의 전 남친인 데이브(마룬5의 애덤 리바인)가 그레타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데이브는 그레타를 떼어놓고 투어를 다녀온 뒤 다른 여자에게 바치기 위해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는 방법으로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합니다. (음악하는 연인이라 그런지 그레타도 바로 알아듣고 한바탕 싸운 뒤 쿨하게 집을 나와버리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뉴욕 밤거리로 나서는 연인을 데이브는 잡지도 않습니다.)
연인과 헤어져 실의에 빠진 그레타. 하지만, 그레타는 마냥 절망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그레타에겐 좋은 친구들이 있었죠. 새로 만난 댄을 포함해서요. 그레타와 댄은 댄의 추억이 깃든 물건인 y잭을 사용해서 함께 같은 음악을 들으며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그들에게 보석같았죠. 이제 댄은 자신의 망가진 삶과 가족을 되돌리기 위하여, 그레타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친구에게 보란 듯이 성공하기 위하여 앨범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합니다. 그들에게 앨범을 만들기 위한 넉넉한 자금은 없었지만, 그들을 인정해주고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었죠.(마치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감성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듯 합니다.) 궁여지책으로 댄은 그레타에게 녹음실에서 녹음을 하는 대신 뉴욕의 곳곳에서 자연스러운 소음까지도 녹아든 앨범을 만들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들에게 앨범작업은 마치 재미있는 놀이였습니다. 심지어 첼리스트로 참여한 세션이었던 소녀는 미리 돈을 줄 수 없다는 댄의 말에 "비발디만 아니면 돼죠, 뭐~"라고 쿨하게 대답하고, 피아니스트는 교습소의 여자아이들에게 격려를 받으며 바로 일을 그만둡니다. 앨범작업을 하면서 제일 많은 돈을 받은 건 의외로 한 명당 5달러와 막대사탕, 그리고 담배 한 개비를 받았던 거리의 말썽꾸러기들이었는데요, 이 녀석들도 나중엔 코러스로써 훌륭히 한 몫을 해냅니다.
개인적으로는 호수위에서의 녹음이 참 색감이 예뻤던 거 같습니다.
앨범은 성공적으로 녹음되고, 댄과 그레타는 세션들과 친구들과 함께 축하하는 파티를 엽니다. 마지막까지도 기분좋았던 건 신나는 음악을 듣고도 춤추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게임을 했던 그들의 유쾌함 때문이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사람들에게는 개인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지만, 그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사회의 구조 또는 분위기, 직업, 기후 등에 따라서 어느 정도 성품에 영향을 받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어쨌든 즐거웠던 파티도 끝이 나고 모두들 돌아간 자리, 특히 댄까지도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 자리에 홀로 남은 그레타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남자친구였던 데이브에게 전화를 하고 맙니다.
데이브는 그레타가 돌아오기를 원하지만, 이미 한 번 마음이 떠났던 걸 경험했던 그레타는 그냥 좋은 친구로 남아있기를 선택합니다. 그건 어쩌면 그녀의 삶 속에서 데이브가 여전히 빛나는 별로 남아있기를 바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원래 별은 멀리서 반짝이기 때문에 더 아련한 법이니까요. 데이브는 자신의 콘서트에 그레타를 초대하고 그레타와 함께 반짝이는 삶의 순간을 공유했던 추억의 수버니어였던 "LOST STARS"를 그레타가 원하는 방식으로 부릅니다. 그레타를 되찾고 싶어 그레타에게 자신을 맞추는 순간 그레타는 무언가를 깨닫고 데이브의 콘서트장을 미련없이 떠납니다. 이건 그레타 자신이 댄의 딸인 바이올렛에게 해주었던 조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레타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싸구려 여자"처럼 보이는 옷을 선택했던 바이올렛에게 여자는 신비로운 부분이 없으면 안된다고 충고해 주었었거든요. 덧붙여 그 남자에게 무심해야만 그 남자를 얻을 수 있다고도요..
위 장면은 원래 영화에서는 없었던 장면입니다. 마지막 댄과 그레타가 그레타의 앨범에 관해 회사와 협상을 끝내고 헤어지는 장면인데요, 댄과 그레타는 이제 앨범 작업을 끝냈기 때문에 "일"을 핑계로 지금처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극장판에서는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 댄과 그레타가 주저주저하다가 결국 아무런 마음의 표현을 하지 못한 채 아쉬움 가득한 헤어짐을 하게 되는걸로 되어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키스신을 뺀 건 신의 한 수 였다는 평가를 하시더군요. 특히 마지막 댄이 차에 타면서 그레타가 사라진 방향을 한 번 흘깃 바라보는 부분에서 감성이 최고조에 다다른다고들 하시죠. 어떤 버전이 더 마음에 드는지는 누구의 판단도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오로지 영화를 보는 관객의 몫일 테니까요. ㅎ
저에게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꼽으라면 저는 아래의 장면을 꼽겠습니다.
댄과 그레타가 Y잭을 사용해 함께 같은 음악을 들으며 온 뉴욕 밤거리를 돌아다니던 장면이 저는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이유는?
댄의 이야기에 답이 있습니다.
그건 보석이었거든요.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삶이라는 진주가 반짝이는 순간이 점점 더 보이지않게 된다는 말에 저는 많이 공감이 가더라구요.
그리고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더라도 그 진주를 전혀 보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희망을 이 장면에서 보았습니다.
살다보니 아둥바둥 살면서 정말로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를.. 그 이유를.. 인생의 의미를 놓치는 나날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많은 분들이 후기를 남기는 비긴어게인에 대해 저도 짧게나마 소고를 적어보았습니다.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많은 해석이 있을 수도 있고, 정답은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 글도 하나의 의견으로 보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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